쿠팡 헬퍼 하차 알바 후기

쿠팡 하차 알바 후기

지난 글에 이어 2일 차에 했던 쿠팡 헬퍼 하차 알바 후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연속으로 이틀을 일했는데 첫날에는 리젝트(송장 안 찍히는 것들 따로 분류) 작업을 했었고 이튿날 갔을 때는 하차 작업을 했습니다.

첫 날 리젝트 작업은 허리와 다리가 아팠지만 할 만했습니다. 틈틈이 쉴 시간도 있었고 몸이 많이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음날도 바로 일한다고 신청을 한 것인데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센터가 아닌 캠프에서 일했으며 근무 시간은 야간조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0분까지 했습니다.

하차 작업은 트럭에서 바로 물건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팔레트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일자 레일 위로 올리는 작업이었습니다.

팔레트에 약 2미터 높이로 물건이 쌓여 있는데 안전하게 랩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칼로 랩을 까고 물건을 하나씩 레일 위로 올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레일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물건 올리는 속도도 빨라야 했죠.

머리를 쓰지 않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그만큼 육체가 고됩니다. 저는 초보라 처음에는 보조로 일했습니다.

하차 보조는 메인으로 하차하는 사람들의 옆에서 따로 하차 작업을 하는 것인데 메인은 2명이서 맨 앞에서 내리고 하차는 레일 옆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메인 분들의 속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레일 위에 내 박스를 올려놓을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메인 분들이 한 팔레트를 다 뺀 후에야 텀이 생기는데 그 때 빠르게 올려놓는 것이 관건이죠.

메인은 비교적 젊은 사람 2명이서 했는데 한 팔레트의 물건을 다 내려놓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러나 옆에서 보조로 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죠. 랩(비닐)을 까고 물건을 내리는 작업을 쉬지 않고 3시간하고 30분 쉰 다음에 다시 3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가만히 3시간을 서 있기만 해도 힘든데 아무리 보조라도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후반에 일어났습니다. 하차 보조로 일하던 저를 하차 메인으로 배정한 것이었죠. 메인으로 하는 사람들이 힘들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1시간씩 교대로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전문가 한 명과 초보 한 명이 짝을 이루어 작업을 하는 것이었죠.

제 앞서 먼저 하차 메인 작업을 한 초보분들이 있는데 관리자에게 엄청 꾸지람을 받더군요. 둘이서 하는데 박자를 맞춰야 일의 속도가 붙고 엉키지 않는다고 전문가의 속도에 맞춰 빨리빨리 하라고 하더군요. 그 초보분은 힘들었는지 아무리 해도 속도가 나지 않았고 계속 재촉과 꾸지람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다음 제 차례가 와서 메인 하차를 진행습니다. 저는 평소에 하루 1시간씩 운동을 하는 편이라 체력이 괜찮다고 생각했고 하차 보조도 어느 정도 손에 익어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욕 먹기 싫어서 직전에 하던 초보분처럼 한 소리 안 들으려고 엄청난 속도로 하차 작업을 했습니다. 전문가와 박자를 잘 맞추고 기를 쓰고 하니 저도 팔레트 하나를 내리는데 1분이 안 걸렸죠.

옆에서 칭찬도 해줘서 뿌듯했는데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옆구리가 아프고 팔목이 아려왔습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계속 무리해서 쓰다 보니 손가락이 무디고 감각이 없더군요. 그래도 죽자 사자 1시간 동안 제 역할을 마무리 했습니다.

일하면서 같이 작업하던 분에게 이 작업을 어떻게 매일 하냐고 물었더니 2주 정도 지나면 몸에 익는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4년 되었다면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메인 하차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하차 보조로 돌아갔는데 쿠팡 알바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타가 세게 오더군요.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 시급인데 이렇게 개고생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편의점 알바나 배달 알바를 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쿠팡 헬퍼 알바가 원할 때만 나가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야간수당, 주휴수당을 다 챙겨주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찾아보면 더 좋은 알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하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2시였습니다. 씻고 잠을 자려는데 잠이 안 오더군요. 너무 무리했는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찌저찌 잠을 자고 다음 날 일어났는데 온 몸에 알이 배겼습니다. 특히 한 쪽으로만 작업해서 왼쪽 허벅지와 발목, 옆구리에 통증이 심했죠. 그 때가 토요일이었는데 주말 내내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일당 8만 8천 원을 벌었지만 노동 대비 대가가 혹독했습니다.

하차를 한 번 하고 나니 인생의 쓴 맛을 알게 되었죠. 군대에서 산 위로 돌을 들고 수차례 올라갔던 진지공사 이후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죠.

그래서 얼른 당근알바와 알바몬, 알바천국 등을 계속 뒤져보았습니다. 뭘 해도 쿠팡 하차보다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문제는 단기로 할 만한 알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최소 몇 개월을 일해야 하고 짧게 일하면 돈이 안 됐기 때문에 쿠팡처럼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급여 지급에도 문제가 없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3일 뒤에 다시 쿠팡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_-;; 그리고 다시 하차 작업을 했죠. 결국 다음날은 오후 4시까지 내내 잤습니다.

쿠팡 헬퍼 하차 알바하실 분들은 생각 잘하고 신청하세요. 체력에 자신있는 분들은 하셔도 됩니다. 물론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을 쓰기 때문에 헬스만 오래한다고 해서 근육통이 안 생기지는 않습니다. 허리나 발목도 무리가 가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하고요. 저는 발목(아킬레스건)과 사타구니 쪽이 특히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을 일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을 보면 몸에 익으면 할 만한가 봅니다. 새삼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쿠팡 일을 하면서 세상의 무서움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돈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편하게 돈을 벌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더군요. 육체의 고난과 더불어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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